책속의 요리 레시피로
세상을 음미하자!
오늘(2017.2.16)경향신문의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1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오전 9시2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으로 등장한 이 부회장은 “두번째 구속영장 청구인데 심경이 어떠냐”,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이 부회장은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특검 수사관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박사모’ 회원으로 보이는 수십명은 이 부회장이 들어오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뒤편 주차장 측 출입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영장실질심사를 반대한다” “영장! 기각!” 등 구호를 외치고 소리쳤다. 박사모는 앞서 성명을 내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이미 한차례 기각이 됐는데도 특검이 재차 청구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끼워맞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퇴진 비상행동 측 10여명도 주차장에서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시위대 사이로 태극기를 든 시민이 들어가 “이재용 영장을 기각하라”고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더러운 세상에는 '더럽다'고 해버려!
세상이 개떡 같아 보일 때 먹는 콩나물 해장국
오늘은 네가 뭐라기도 전에 내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구나. 이놈의 세상 개떡 같아 못 살겠다.싶다. 내가 이런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 조차 든다. 회사의 직원들을 종처럼 부리는 임원, 거짓말을 밥 먹듯하는 위정자, 가진 권력을 사용해 불의한 상류층을 감싸고 죄없는 노동자를 내치는 관료, 이 더러운.....
아아, 엄마는 너와 함께 요리를 논하려고 이런말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세상에, 승객 250명이 탄 비행기를 기어이 돌려,자기가 보기 싫은 승무원 1명을 타국 땅에 내려 놓았다는 재벌가3세의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 밥맛 떨어지는데..... 이럴때 정말 밥맛이 떨어진다면 나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텐데 막 불닭,무교동 낙지, 매운 닭발, 엽기떡볶이 이런게 먹고 싶어지고 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래서 점심시간에 친구를 만난 길에 매운 걸 먹었더니 이제 집에 와서 막 물을 들이 켜고 있어. 나의 미용 생활에도 도움이 안 되는 더러운..... 아아 진정하자. 그래,요리..... 우린 또 먹고 살아야겠지.
술마신 다음 날의 레시피
요리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제일 먼저 떠울린 요리가 있었어. 엄마가 처음 독립했을 때 외할머니가 제일 먼저 가르쳐 준 요리. 그건 시금치된장국이었지.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조갯살을 조금 사서 넣으라고 하셨어. 외할머니가 말씀하신대로 재료들을 넣고 나자 내가 어릴 때 먹던 그 된장국 맛이 살아나던 경이라니..... 그때는 휴대전화가 당연히 없을 때니까 외할머니와 전화통을 붙들고 메모장에 길게 메모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단다.
네가 독립한 뒤 내게 처음 물었던 요리 생각 나니? 너는 내 스무살 시절 보다 훨씬 요리를 잘하고 또 인터넷도 있고 해서 나는 네가 전화를 걸어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넌 말했어.
엄마,내가 그때 술 많이 마신 날 아침이면 끓여 주던 그 국. 그거 가르쳐 줘.
그 때 엄마는 엄마가 처음 외할머니에게 레시피를 전화로 물어 보던 그때를 떠올렸지.뭐랄까?, 핏줄 같은게 느껴 졌다고나 할까.
나중에 알고 보니 경상도에서 많이 먹는다는 이국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아
우선 쇠고기 불고깃감을 듬뿍 혹은 등심구이를 할 만큼 질 좋은 고기를 듬뿍 준비해 한입 크기로 썬다. 중간 크기 이상의 양파 하나를 잘게 썬다. 두 재료를 넉넉하게 큰 냄비에 넣고 불을 켠 다음 집간장을 넣고 달달 볶아. 고기가 거의 익고 양퍄가 투명해질 때까지 말이야. 그러면 살짝 불고기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그러면 정상이야. 고기가 거의 익을 무렵 고춧가루를 밥숫가락 하나 수북이 넣고 휘리릭 저은 다음,물을 보통 다섯대접 정도 넣어.
국이 끊을 무렵 다진 마늘과 대파 한뿌리를 어슷어슷 썰어 넣고 간을 보아라. 싱거우면 소금을, 맛이 덜 난다 싶으면 천연 다시마 가루나 맛가루를 조금 넣어. 맨 마지막에 콩나물을 한줌 푸짐히 얹어 우르르 끓이면 훌륭한 해장 콩나물국이 탄생하지. 콩나물을 넣고 나서 절대 오래 끓이면 안돼. 싱싱한 콩나물의 아삭한 맛이 살아 있는게 이 요리의 포인트!
이상하게 이 음식은 레시피가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고. 이렇게 맜있고 시원한 음식이 말이야.그러니 네가 나에게 전화 거는 것도 당연해. 엄마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이나 시골집에서 이 국을 많이도 끓였다. 보통 고기는 냉장고에 있으니 아침에 후다닥 편의점으로 가서 콩나물만 한봉지 사면 되니까. 나는 술 마신 다음 날에는 밥맛이 전혀 없어서 이 국을 만들어 커다란 대접에 수북이 퍼서 다 먹어. 그러면 배도 부르고 시원하고 땀이 쭈욱 나면서 술이 막 깨는 거야.
이 요리를 엄마가 권해주는 이유는 이 요리가 라면을 먹고 싶은 날에 참 좋은 음식이라서야. 나의 경우 이상하게도 스트레스가 심한 나날이 계속되면 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 여행이나 등산도 일종의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가 싶어.그럴 때도 라면이 많이 먹고 싶으니까. 라면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일단 오래오래 두어도 되는 음식을 신선한 재료가 넘치는 곳에서 꼭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라면은 나트륨 과다. 나트륨 과다가 일으키는 각종 질병을 너는 익히 알것이고, 다이어트에도 방해가 된단다.
그러고 보니 라면에 대한 일화가 생각 나는 구나. 엄마가 어린이재단 사람들과 함께 세네갈에 갔을때였어. 어린이 구호를 위해서였기에 우리가 도착한 지역은 아주 가난한 지역, 먹을 것도 참으로 변변치 않았고,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것은 식탁 위에 놓아둔 빵을 집어 들면 정말 손바닥 만한 바퀴벌레가 그 아래서 후다닥 도망 치곤 했단다. 그러니 내가 먹지 못했던 것은 너무 당연했지.그때 스태프 중에 하나가 엄마에게 몰래 귀뜸을 했단다.
선생님 제가 꼬불쳐둔 라면이 하나 있는데 이따가 드실래요? 우리는 드디어 다른 사람들이 다 일을 나가 없는 숙소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얼마나 설레던지. 라면을 꼬불쳐둔 그 훌륭한 스태프는 얼굴도 예쁜 젊은 아가씨였는데 라면을 끓여 오겠다고 호텔주방으로 들어가더니 그냥 오는 거야.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가 대답했지.
¨요기 호텔주인 아들이 자기가 끓여서 예쁜 그릇에 담아다 줄테니 가 있으라고 하네요. 제가 끓이는 법을 다 가르쳐주고 왔어요.¨
우리는 흐뭇하게 앉아서 뜨겁고 김이 나는 라면을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속이 느글거렸기에 매운 고춧가루가 들어간 국물을 먹을 생각에 심지어 설레고 있었단다. 드디어 노크 소리가 들려왔어.우리는 문으로 뛰어나갔지. 호텔주인의 아들인 잘생긴 국립대학생은 자기가 가진 가장 예쁜 그릇에 라면을 둘로 나누어 포크와 함께 예쁘게 놓은 다음 쟁반에 받쳐 들고 서 있었지. 그런데 그가 가져온 라면을 보는 순간 내가 소리 쳤어.
오 마이 갓, 국물은?
그러자 그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여자 스태프가 남자에게 항의 했지.
너 내가 이 라면을 끓인 뒤에 여기다 수프 넣으라 했잖아.
그러자 국립대학생이 대답했어.
그랬지 그리고 건져냈지.
맙소사, 그의 개념 속에 국수 삶은 물을 같이 먹는 음식은 없었던 거야. 나는 아직도 그때의 그 밍밍하게 삶아진 라면을 기억 한다. 그 절망감도.
- 딸에게 주는 레시피 중에서 공지영
오늘의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세상의 맛이 딱 이런 느낌입니다.
국물 없는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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