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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넷플릭스

남한산성

by 오아재 2019. 10. 4.

 

영화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다소 흥행과 거리가 먼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추천 기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금의 대한민국에 불쑥 추천 기능으로 떠오른 남한산성을 보면서 병자호란 당시 자신의 권위와 안위를 위하여 명분을 만드는 정쟁꾼들의 모습이 콜라보된다. 어찌나 현실의 정치꾼들과 닮아, 몸서리치는 데자뷔를 보여주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코 앞에 온 현실의 민생들은 버려진 채 현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최소한의 방편인 가마니 볏짚단 마저 권위로 대변되는 말에 먹이로 내주어야 하는 장면은, 태풍 피해와 자본주의 심화로 인한 경제구조 개편 등의 현실 문제는 뒤로 한채,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100만이네, 200만을 동원했네 하며 의미 없는 정쟁과 명분에 집착하는 현실 정치인들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어서 몸서리 쳐지도록 반복되는 역사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는 칼의 노래에 이어 나온 김훈의 저서로 남한산성 포위 기간 동안 성 내에서 벌어진 모습들을 잘 묘사했다. 특히 남한산성 내에서 왕의 끝없는 질문, 살기 위해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최명길의 주장과 차라리 죽음을 택해야 한다는 김상헌의 주장이 압권이다. 그리고 영의정 김류는 최명길의 주화론과 김상헌의 척화론 사이에서, 싸움의 형식 속에 투항의 내용을 키워 가려 하지만 양립 불가능한 두 길을 끝내 합치지는 못한다. 해서 늘 하나 마나 한 양시양비론 내지는 당면한 현실 상황만을 읊을 뿐이다. 항복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선택된 인원들은 심장마비에 걸려 죽거나, 채택될 리 없는 글을 쓰거나 하여 위기를 넘길 뿐이고, 최명길의 글은 너무 에둘러져 쓰여 있어 칸이 그 글을 보고 격노하는 장면도 볼 만하다.

 

칼의 노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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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wiki

작품은 역사소설이면서도 말[言語]에 대해 기술한 소설인데, 소설 서두 여섯 문장의 주어가 모두 '말'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다(한 번 '말'이 아니라 '혀'로서 언급되지만, 문학적으로 충분히 말로서 이해할 수 있다). 칼의 노래 첫 문장만큼이나 인상깊은 서두.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맞는지 틀리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말이 어떻게 실현되고 좌절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청나라 군대의 침입이라는 일종의 재해에서 각자의 뜻과 말만을 되풀이하며 섞이지 못하는 관료들과 왕, 이들의 허무한 담론이 백성들이 원하는 생의 의지 앞에서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결국 나라의 굴복이나 사대부의 충정과 배신과는 상관없이 민중들은 본인들의 삶을 꿋꿋이 살아나간다는 의식이 작품 내내 보인다.

다만 실제 역사와는 다른 점이 많다. 김훈 작가 스스로 서두에서 실제 역사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소설의 내용으로 역사 인물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명시해 놓았다.

소설 속에서 조선군은 성벽 위에서 경계만 서거나, 소규모 기습 부대만 등장하고 청군은 식량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포위만 하고 있는 걸로 그려지는데 실제론 공방전 초기부터 점령을 위해 지속적인 공격을 했고, 조선군은 이를 훌륭히 방어하면서 성 밖에서도 여러 전과를 올렸다. 또한 수비군 주력이 조선에서 첫째, 셋째 가는 정예인 훈련도감 수어청 병력이었기에 악조건 속에서도 출성 직전까지 사기가 유지되었다. 청군은 남한산성 점령에 실패했지만 포위망을 유지했고, 조선군은 군량이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강화도가 함락되어 왕실 비빈들이 포로로 잡히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에선 남한산성 내의 화포가 모두 녹슬어 사용하지 못하는 걸로 묘사하고 있으나 실제론 전 군기 시 주부 공대신이 성내에 배치되어 있던 구형/고장 화포를 모두 모아 수리하여 농성 후반까지 청 포병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또한 정명수의 일가족이 비극적으로 몰살당한 것으로 묘사했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정명수의 어머니 및 일가친척들은 정명수가 출세하여 돌아올 때까지 조선에 살아있었고 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는 작가 김훈이 소설의 주제를 고증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즉 실제 역사가 이랬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서도 안 되며 전술했듯 작가 스스로 이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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