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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용자만 24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 지난해 블록체인 팀 신설 이후 준비해온 암호화폐 서비스가 드디어 공식화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페이스북이 신설 자회사인 칼리브라를 통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의 송금, 결제 서비스를 개발중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하며, 글로벌 결제시스템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는 비영리단체 리브라 연합(Libra Association)이 관리한다.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등 전세계 27개 업체가 동참하고 있으며, 서비스가 공식 출시되는 2020년까지 100개 업체가 동참할 것으로 페이스북은 보고 있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각각 1000만달러(약 117억8200만원)를 출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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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는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발행된다.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17억 인구를 잠재 고객으로 겨냥해 송금, 결제 등 실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 연합은 1리브라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하기 위해 준비금을 각 국 통화 예금, 정부 채권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화폐인 ‘리브라’를 통해, 전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겪고 있는 신뢰 위기와 각 국의 규제 움직임은 리브라가 직면한 과제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재무장관 회담에 앞서 각 국 중앙은행 총재에게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 관련한 보고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고서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테러자금 악용 등 리브라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또한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라면서도 “G7,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결제 서비스가 단순 수익 창출과 페이스북의 지배력 향상 수단이라며, 개인정보 유출 위기와 함께 실패를 맞은 페이스북의 과거 노력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회도 페이스북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소위원회의 맥신 월터스 위원장(민주당)은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측에 있을 지 모를 위험 요소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 발행 계획을 잠시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세로드 브라운 의원(민주당)도 이날 정부 핵심 금융 감시 기관들에 페이스북의 암호화페 및 블록체인 계획에 대한 실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은 회사가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하고 또 이를 지배하기 위해 기업의 힘을 사용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페이스북 역시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대비태세를 갖춘 것으로 관측된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초기에 리브라의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을 계획이 없으며, 거래와 관련된 비용을 가능한 낮게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페이스북은 이러한 규칙들을 바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버지(The Verge)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지갑 개발사 칼리브라(Calibra)의 제품 총괄 부사장인 케빈 웨일(Kevin Weil)을 인용해 “정부 발행 신분증(여권, 운전면허증 등)을 통해서만 칼리브라에 가입할 수 있다”며 “칼리브라는 사용자를 각종 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의 금융 거래 내역을 소셜 네트워크의 광고 부서와 절대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계정 데이터가 칼리브라 계정과 별도로 보관 및 관리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또한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 페이스북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리브라는 비트코인과 거리를 둘 것이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리브라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규제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준수 행보 역시 적극적이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2월 페이스북 산하 암호화폐 지갑 개발사 칼리브라(Calibra)가 이미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에 '금융서비스업'(MSB) 회사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내 합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각 주에서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암호화폐 흐름을 주도하면서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비트코인은 당초 결제 수단으로 고안됐지만 현재 초당 4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대량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디지털 금’과 같은 투자 대상이 됐다. 반면 리브라는 물건 구매나 금전 거래에 방점을 찍으며, 초기에 초당 1천 건 정도의 거래를 처리하고, 향후 수십억 계정을 수용할 수 있는 빠른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갖출 것으로 페이스북은 내다봤다.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알렉스 크루거(Alex Krüger)는 “페이스북의 결제 솔루션 도입이라는 혁명적인 접근은 업계에 장기적으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으며, RBC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마크마하니(Mark Mahaney)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규모나 중요도 측면에서 볼 때 10년 전 애플이 iOS 운영 체제를 세상에 들고 나온 것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며 “리브라 프로젝트는 RBC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기관들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디지털화폐를 채택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