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특별한 행사 때에만 입던 전통 한복이 캐쥬얼한 패션이 되어 삭막한 도심의 풍경에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복 나들이가 신놀이 문화로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재미이고 개취(개인취향)다. 한복을 나들이복으로 갖춰 입고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문화가 퍼지며 그 자체가 트랜디한 놀이가 되었다. 한복을 좋아 한다는 한복러와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한복판매점과 대여점에도 때 아닌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예복과 같은 한복이 이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갖고 싶은 욕구로 인해 구매하는 옷이 되었다.
별나고 특이한 것이 흠이 아니라 정체성을 표현하는 취향이 된 시대,취향을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이상해 보이는 게 아니라 더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마니아를 뜻하던 오타쿠의 우리나라식 덕후는 사회적인 교류 없이 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표현 이었다. 그런데 다양한 분야에서 덕후들의 능력이 재조명되면서 이들에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에 지친 20~30대 여성들의 취향 공동체 참여가 늘고 있다. 그중 아기자기한 예쁜 프랑수자수가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이미 국내 유명 프랑스자수 블로그의 경우 하루에만 수천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만큼 호응이 높다.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016년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자수용품 관련 매출이 30%이상 증가 했다.
많은 것들이 기계화 되어 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한땀 한땀 정성들여 성취감을 얻는 취미가 고단한 현대인에게 소박하지만 따뜻한 위로와 활력이 된 것이다.
이제는 아저씨 취미라고 하면 골프, 낚시, 등산 정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중년남성들은 일에 치여 배우고 싶었지만, 못배운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부터 비행기 조종사나 드론 조종사등 접었던 꿈을 펼치려는 이들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취미가 밥을 먹여주다 덕업일치!
그 일이 밥먹여 주냐?라는 핀잔을 듣던 취미 활동이 정말 밥을 먹여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상전공자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커피의 매력에 빠져 원래 전공을 버리고 바리스타의 길을 선택하는 형태다.
2016년에는 이들의 스토리를 엮어 덕질로 인생역전이라는 책이 출간 되기도 했다. 덕업일치의 종착지는 그 일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이를 성덕이라고 부른다. 성덕이란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로 좋아 하는 일이나 취미에 몰두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꿈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 예컨데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을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는 군사무기 덕후 였다고 한다. 심한 근시로 군인의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군사지식에 대한 덕질을 멈추지 않고 끝내는 글로벌 밀리언셀러가 됐다.
개인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이를 제대로 저격해 콘텐츠르르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확대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기반은 빅데이터다. 이용자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와 달리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용자들을 분석하여 취향저격 콘텐츠를 제공한다. 대표주자는 바로 OTT(인터넷기반 동영상)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원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디지털 음원시장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벅스는 이용자들이 음원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택한 횟수가 1년사이 6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음원 큐레이션은 이용자가 어제 들었던 음악에서부터 작년에 들었던 음악 그리고 선호하는 장르등의 데이터들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지니의 경우 사용자가 즐겨듣던 음악 장르를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고 있으며 멜론도 마찬가지이다.
취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패션계에 취향의 세분화는 그 어떤 현상보다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다수가 선망하는 브랜드보다 소수의 마니아를 거느린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이 명품 시장의 새로운 풍속도가 된것이다.
단 한명의 고객을 위해 제작된다는 고객 맞춤형 원피스 온리 서비스를 선보인 이탈리아 명품 지안프랑코 로티와 델보의 브리앙, 델핀들라퐁과 만수르 가브리엘 등 국내 명품시장의 판도 변화를 겨냥한 새로운 명품들이 잇달아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향후 전망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것이 중요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 질 수록 소비시장도 더 세분화 될 것이다. 늘어나는 취향 만큼 이에 대한 니즈도 새롭게 등장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더불어 진화하는 시장중 하나가 맥주 시장이다.수입 주류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지면서 국내 맥주 시장도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색다르느 패키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수와 품미를 주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머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 유통이 가능해 지면서 맞춤형 스타일의 수제맥주, 즉 크래프트 비어가 인기 몰이 중이다.
앞으로 빅데이터의 활용이 더욱 무궁무진해 질 것으로 보여 취향 공동체를 향한 시장의 러브콜도 보다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다. 취향의 시대에 소비자의 성별,나이, 경제력등의 구분은 무력하다. 이제 기존의 대량 생산되던 시장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니치마켓을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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